항공권 취소 수수료에 대한 불편한 진실

항공권 취소 수수료에 대한 불편한 진실

항공권 취소 수수료에 대한 불편한 진실

2017년 1월 1일부로 일부 항공사들에 한해 항공권 환불 위약금 규정이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9월 공정위가 국내 7개 항공사의 약관을 시정 조치 한데 따른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이들 7개사는 출발일로부터 91일 이전 취소건은 환불 위약금을 0원으로, 이후에는 기간별로 차등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외국 국적의 항공사는 이전과 동일한 환불 위약금 규정을 고수하고 있고, 국내 7개 항공사의 항공권을 91일 이전 취소시에도 여전히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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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KE) 홈페이지에 소개된 환불 위약금 규정입니다. 부킹(예약) 클래스 별로 거리별로 위약금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편 하단에, 환불 위약금이 무료인 경우 서비스 수수료 3만원 부과라는 표현이 보입니다.  당초 공정위 발표에서는 91일 이전에 취소하는 경우 전액 환불하는 것으로 발표했지만, 환불 위약금은 0원으로 하고 서비스 수수료 3만원을 받는 것입니다. 여행사를 통해 구입한 항공권의 환불 시 여행사가 받는 서비스 수수료와 같은 명목입니다.

그런데, ‘Y’, ‘B’, ‘J’, ‘F’, ‘P’ 등의 클래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네, 이 클래스들은 애초에 취소수수료가 없는 비싼 클래스들입니다. 언제든지 무료로 취소 가능한 항공권이니 위의 규정을 적용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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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제주항공(7C) 홈페이지에 소개된 위약금 규정입니다. 특가 운임의 경우 출발 91일 이전이라 하더라도, 취소 일자에 관계 없이 6만원의 위약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주항공은 편도운임 기준으로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기에, 편도 구간 당 각각 6만원이 부과됩니다.

각 항공사의 환불 위약금 규정은 아시아나항공(OZ)은 대한항공과 유사하고, 다른 LCC(저가항공)는 제주항공과 유사합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이 있는데요, 모두 다 한국출발 운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일본 출발로 서울을 왕복하는 항공권은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입니다.

당초 공정위 발표에는 못 미치지만, 취소하려는 여행객에게는 조금은 유리하게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외항사의 취소 수수료 약관도 점검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감감 무소식입니다. 공정위의 힘이 미치는 국내 11개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3만원의 서비스 수수료를 1만원으로 낮추도록 시정하기는 했지만요.

이게 과연 올바른 개선일까요? 공정위의 이같은 행보에는 커다란 문제점이 있습니다. 먼저 항공권이라는 상품의 속성을 생각하면, 이런 규제는 소비자의 이익에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전 글의 내용을 잠시 인용하겠습니다.

호텔, 항공권 등 대부분의 여행 상품은 특정일이 지나면 가치가 ‘0’이 되는 상품, 즉, 썩는 제품(Perishable Goods)이다. 따라서 호텔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가동률을 높이고 빈방을 없애서 매출을 높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경영 목표이다. 최대한 호텔 객실의 가동률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옵션과 가격대로 방을 팔고 있다. 그 결과 어떤 방은 수개월 이전부터 환불불가 조건으로 싸게 팔고, 어떤 방은 투숙일 당일 오전까지만 취소하면 환불 수수료를 받지 않고 취소할 수 있는 조건으로 판다. 이러한 판매 방식은 전세계 공통의 매우 일반적인 판매 방식이다.

항공권 예약도 일종의 계약입니다. 계약에서 유리한 조건(싼 가격)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반대 급부(남보다 먼저 빨리 계약하고, 계약 파기 시의 손해를 감수)를 부담해야 합니다. 언제든지 파기할 수 있는 계약에 싼 가격을 제시하는 판매자는 있을 수 없습니다.

국제선 항공권 가격은 출발 171일 전이 가장 저렴한 것을 감안했을 때, 91일 이전에는 전액 환불해야 한다면 얼리버드라는 용어는 사라져야 할 판국입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싼 항공권을 팔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것이고, 이는 고객들에게도 손해일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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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정위가 언급한 외항사의 취소수수료는 공정위의 뜻 대로 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이 항공권은 영국항공(BA)의 항공권입니다. 여러곳을  돌고 오기도 하지만, 타는 항공사도 여럿입니다. 91일 이전에 취소시 환불 위약금을 없앤다는 것은 영국항공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이 항공권을 발권한다는 의미는, 영국항공 항공편 뿐만 아니라 탭포르투갈(TP)과 이베리아항공(IB)의 항공편에 대해서도 좌석을 확보하고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계약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전세계가 모두 합의하여 한번에 모든 규정과 새로운 계약을 하지 않는 한 91일 이전 취소 시 환불 위약금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공정위가 강제한다면, 항공사들은 이런 항공권을 안 파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을 갈라파고스로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장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취소할 입장에 있는 또는 취소하여 손해를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의견 또는 입장만을 반영하여, 침묵하는 다수(당장 본인의 이익과 크게 관계 없기에 또는 관계 없어 보이기에)의 이익을 훼손하는 규제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울러, 플라이트그래프의 모든 고객님들께도 당부 말씀 드립니다. 항공권의 예약과 발권은 신중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싸고 좋은 항공권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얼리버드와 빠른 결정이 필요하지만, 취소 가능성이 없는지 충분히 심사숙고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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